이 세상의 모든 일은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일어나는 일은 없지 않습니까?

그것이 심리현상이건 물리현상이건, 또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막론하고 원인

없이 일어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잖습니까? ··· 이 대목을 매우

주의 깊게 깨달아 살펴야 합니다, 성인의 말씀은 아주 간단 명료합니다. 즉

「그것이 꼭 원인이 있어야만 일어나는 것이라면 그 결과는 빈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그것이 실체가 있는 것이라면 구태여 원인을 기다릴 까닭이 없지 않겠는가?」

··· 무슨 뜻이냐 하면, ― 저 <그림자>는 물체에 의지해서만 생겨나고, <메아리>는

음성에 응해서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자체의 성품>(自體性)이 없는 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즉, 분명히 있기는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림자나 메아리를

실다운 존재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이 말에는 동의합니까? 만약 동의한다면

당연히 다음 단계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겠지요. 즉,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일어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몽땅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꿈과 같고, 허깨비 같은 것이니, 마땅히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

　지금 이렇게 묻고, 또 그 물음에 대하여 대답을 하고 하는 등의 일체의 현전상

(現前相)은 죄다 꿈 같고 환(幻)과 같은 것이며, 나아가서 천지삼라만상

(天地森羅萬象)이 몽땅 꿈 같고 환 같은 것임을 분명히 꿰뚫어 본다면, 이를 일러서

<마음의 눈>(心眼)이 열렸다고 말하는 것이며, 이렇게 되면 바로 부처 지혜와

조금도 다름이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