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601 |
| Re: 몸에 집착하는 어리석음 |
>안녕하세요. 법정님. >마음이 답답하거나 외롭다고 느껴질때 >반야심경을 마음속으로 읊조려 그 뜻을 헤아려보곤 합니다. >그러나 이놈의 중생이 아직 어리석음이 깊어서인지.. >지난날 있었던 일들을 후회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의식이 남아있음을 >느낍니다...제가 아직 어리석음이 깊은 한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예전에 제가 너무 화가 난 일이 있어서, 마음이 안좋았을때가 있었습니다. >직장에 늦어서 택시타고 갈까 생각하다가 돈이 아까워서 버스타고 갔습니다. >그러다가 길에서 넘어졌는데, 그뒤로 1년이 넘었는데도 그 자리가 아픕니다. >그때 내가 택시타고 갔으면, 그때 그런 일이 없었다면, 다 원인은 제게 있는데도, 그때 그 인연들을 원망하고, 일종의 피해의식까지 느낍니다. >아주 사소한데서도 이런 마음이 드는데, 정말 큰것을 잃거나, 그러면 >제 마음은 얼마나 힘들어할까요.. >정신적 상처들은 법정님이 얘기하듯이, 시간이 지나면, 그 일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아무 흔적이 없어질때가 많고, 잊어버리는데.. >이몸과 관련해서는 왜 아직도 이놈의 습기가 끊어지지 않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들고, 병들고, 추해지는것, 그리고 아픈것이 두렵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일어나는 법은 없는데, 그런데 그 일이 꼭 원인이 있어야만 일어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마치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자체의 성품>(自體性)이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림자는 반드시 어떤 물체가 있어야만 생기고, 메아리는 음성에 응해서만 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림자나 메아리는 자체의 성품이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 그것이 존재이건, 일어나는 일이건 막론하고 ―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일어나는 일은 없으니,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법은 꿈과 같고 허깨비(幻)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은 것이니, 마땅히 이렇게 보아야 하느니라」고 한 경전의 말씀도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마 웬만큼 불법에 인연이 있는 사람이면,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겁니다. 이 법이 본래 그러하여서, 제 입으로 분명히 말은 하면서도 그 뜻을 사무치지 못하고, 다만 입으로만 뇌이기 때문에, <성스러운 가르침>(聖敎)의 공덕을 전혀 입지 못하니, 참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서, 온갖 법의 실상(實相)을 환히 꿰뚫어 볼 수 있으면, 이 세상은 <지금 있는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며, 그러기에 옛 사람도 말하기를, 「부처님은 중생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주시는 분이 아니고, 다만 그런 일이 본래 일어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시는 분이니라」고 했던 것이니, 깊이 새겨들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