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748 |
| Re: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는 삶과 ... |
>항상 건강하셔서 많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길 바랍니다. > >다름이 아니옵고... > >꿈과 같은 현실에서 시절과 인연을 따르면서 자재로이 사는 삶과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는 삶과의 차이가 자꾸 알고 싶어 집니다. 왜 자꾸 두가지 삶을 구분하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세월 가는 대로 흐름에 맡기고 살건, 일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건, 그 모두가 몽땅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요, 거기에 <삶의 주체>나 <작용의 주체>가 있어서, 그것들이 작용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 바로 연기설(緣起說)의 요점인 겁니다. 저 바다의 천파만파 (千波萬波)로 물결치는 파도는 자체의 성품이 있어서 물결치는 게 아니라, 전혀 바람(因緣)이 부는 대로 따라서 출렁일 뿐이듯이, 이 세상의 일체의 운동과 작용은, 그것이 생령(生靈)들의 생명활동이건, 또 무정물(無情物)의 물리적인 작용이건 막론하고, ― 우리들의 기존의 상식과는 달리 ― 거기에 <작용의 주체>가 있어서, 그것이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작용 없는 영성(靈性)>이 인연에 감응해서, 마치 저 빈 골짜기가 음성에 응해서 메아리를 내듯이, 그렇게 온갖 세간상을 내는 게 바로 현실상인 겁니다. <작용의 주체>가 없는데 어떻게 <작용>이 혼자서 이루어지겠어요? 그러므로 이 세상은 지금처럼 번성하게 생성과 소멸이 이어지는, 이른바 생주이멸 사상 (生住異滅 四相)이 이어지는 이대로인 채로 적멸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생사가 그대로 열반이니라」(生死卽涅槃) 하는 말도 있게 되었고, 경에서 이르듯이, 「이 세상 모든 법은 마치 꿈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나니, 마땅히 이렇게 보아야 할 것이니라」고 했던 겁니다. <나>도 없고, <내 것>도 없고, 모든 게 다만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인데, 사람 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쁘고, 허덕이는 걸까요? 그저 쉬고 쉬고 또 쉬세요. 결국 <부지런한 자>도 <게으른 자>도 모두 <함이 있는(有爲) 자>이니, <성품에 맡겨 소요하는 것>(任性逍遙)도 모름지기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