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3070 |
| Re: 다급한 질문드립니다 |
>법정님, >부끄러우니 법명 대신 가명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 >때때로 가슴속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와 분노가 울컥 치밀어 오릅니다. >어떤 때는 참고 넘어가지만, >반드시 나중에 더 큰 화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 >그화는 제 몸을 지배해서 아프게 하고, >제 마음을 지배해서 미칠 것 같이 하고, >진짜로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하는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막강하고, 저는 거기에 휘둘리는 것일까요? > >일상생활은 대개는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뭐든지간에 >자취와 흔적, 상처를 남기고, 그 것들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 >흔적이 없이 살면 좋을 텐데, >순간순간 참을 뿐이지 >결국은 모든 게 쌓여가고 있음이 >잠깐만 지나면 드러납니다. > >저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까지 피해를 주니 >더 괴롭습니다. >(이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니, >틀혀박혀 시간이 가기를 기다릴 수 도 없습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까 >왜 저는 이렇게 괴롭습니까 흔히 발심(發心) 하여 출가(出家)하고 수행한다는 것은, 이 몸과 마음으로 편의 (便宜)함을 얻기 위함이 아니고, 다만 이 <나>를 없애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범부들은 이 움직이는 몸과 움직이는 마음을 붙잡아 <나>로 삼고, 이것을 편안 하게 유지하고 받들어 섬기기 위해 골몰(汨沒)하는 것으로 일상(日常)의 대부분을 소모합니다. 조금만 주의 깊게 각찰(覺察)한다면 도무지 어디를 찾아봐도 <나>라고 할만한 실체가 없음을 곧 알게 될 텐데, 명색이 대법(大法)에 뜻을 두어, 크게 발심 했다는 사람들도 잘 살펴보면, 승속(僧俗) 간에 모두 아집(我執)의 망정(妄情)을 잊지 못하여, 온갖 유위행(有爲行)을 일으켜서 이른바 <현묘(玄妙)함을 탐구한다> (探玄)는 명목으로 이 몸과 마음을 달달 볶음으로써 그 보람으로 훗날 훌륭한 과보 (果報)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 혹은 이미 훌륭한 경지를 얻었다고 잠꼬대를 하면서 ― 문득 쉴 줄 모르니, 이런 부류들은 진정한 수도자(修道者)도 아니고, 더구나 선객(禪客)은 아닌 겁니다. 그러므로 경에 이르기를, 「온갖 법은 인연(因緣)으로 말미암을 뿐이요, 본래 <짓는 자>도 <받는 자>도 없느니라」고 했으니, 모름지기 연생(緣生)은 무생 (無生)인 도리를 철저히 사무쳐서, 헛되이 유위의 조작을 일삼는 나쁜 습기를 당장 그쳐야 합니다. 불자(佛子) 치고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터인데, ― 불생불멸이란, 간단히 말해서, 이 세상은 그 외양(外樣)과 달리, 실제로는 전혀 변하고 옮기고 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지금 면전에 펼쳐지는 모든 현상은 ― 자타를 막론하고 ― 마치 꿈과 같고 환(幻)과 같아서 전혀 간여(干與)할 일이 없음을 알텐데, 만약 수행자가 이 뜻을 깨친다면, 다시 무슨 일을 도모하고 획책할 일이 있겠어요? 그저 쉬고 쉬고 또 쉬세요. 이 허망한 세상에 헛된 일을 꾸미지 말고, 그저 시절과 인연을 따르면서 소요(逍遙)할 수 있으면 다시 무슨 일이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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