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543 |
| Re: 정말 어리석은 질문입니다만... |
>안녕하십니까. >세속적인 굴레속에 갇혀있는 한 먼지덩이의 일부로써 질문 드립니다. > >일단 제 질문이 한 종교의 진리를 부정하는 의도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 >법정님의 현명하신 답변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곱씹어보고, 본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들도 유심히 본 결과... > >[모름지기 있는 바의 모든 형상(形相)은 몽땅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닌 줄 보면 바로 여래를 보리라] > >특히 이 글귀를 보니... 제 부족한 지식은, 불법이 어쩌면 허무주의를 지향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 >제 질문의 요지는 이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허무주의를 자각하기 위한 과정' 인지... > >우문에 현답..부탁드립니다. (__) <참된 이치>(眞理)는 이것이 말 그대로 참되고 여여하기 때문에, ― 즉 생겼다 사라졌다, 있었다 없었다, 알았다 몰랐다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참되다」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이 이어지는, 이른 바 무상(無常)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연 따라 생주이멸(生住異滅)이 되풀이되는, 허망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 여름 날, 해변 가 백사장에 어린이들이 마냥 즐겁게 뛰놀고 있는 광경을 떠올려보세요. 그들은 산도 만들고, 길도 만들고, 다리도 만들고, 또 모래 성(城)도 만들면서 재미있게 노는데, 이 때, 이들은 <없던 게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간 해가 저물어서 집에 돌아갈 때가 되면, 산도 집도 모래성도 다 발길로 뭉개버리고는 <있던 게 없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때,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어떻습니까? <모랫벌>은 늘 본래의 모습 그대로요, 조금도 새로이 생겨나거나, 있던 것이 없어진 건 없다는 걸 알지 않습니까? 결국 인연 따라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것들은, 사실은 생겨난 일도 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일도 없이 사라지는 것인데, 범부들은 이것이 실제로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집착하는 겁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꿰뚫어보는 지혜를 갖춘 사람은 종일 산하대지(山河大地) 삼라만상(森羅萬象)을 또렷또렷하게 보면서도, 실제론 티끌 하나 보는 게 없는 겁니다. 말하자면, 있고 없는 양변(有無兩邊)을 넘나드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거죠. 그리니, <있는 것>도 취하지 않거늘, 어찌 하물며 <없는 것>을 취하겠어요? 함부로 허망한 지견을 굴리면서 <성스러운 뜻>(聖旨)을 어둡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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