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744 |
| Re: 대혜선사에 서장을 보고나서.. |
>법정님 항상 강녕하십시요! >대혜선사에 서장을 보니 모든 선사들의 말씀과 행동이 방편이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법정님의 일승법또한 방편일뿐이라 사료됩니다. >라마나 마하리쉬에 말씀처럼 있는 그대로인지요. >우문인줄 아오나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이 법이 본래 면전의 법이 아니어서, <몸과 입과 뜻>(身口意)으로 헤아리고 더듬고 조작할 수 있는 법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현재 환히 알고, 상대가 끊어진 신령한 성품>, 이것이 바로 <나>요, 이 <나>에게로 곧장 돌아가는 게 불법의 근본임을 알아야 합니다. 결코 밖으로 대경을 좇으면서 알음알이를 구해선 안 됩니다. 제대로 된 수행자라면 면전의 일체만법이 무생(無生)이요, 무성(無性)이요, 무상(無相)이며, 무작(無作)임을 철저히 사무쳐서, 안으로 <나>도 없고, 밖으로 산하대지(山河大地)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다 무명 중생의 업(業)의 인연으로, 중생의 마음 속에 비춰진 허망한 그림자로서, 전혀 실다움이 없음을 꿰뚫어 봐서, 지식(智識)으로 이치나 도리를 천착(穿鑿)하는 짓을 당장 그만 둬야 하는 겁니다. 내가 일승법(一乘法)을 말하는 게 아니고, 불법(佛法)이, 진리(眞理)가 본래 일승(一乘)인 것이니, 그 밖의 온갖 갈래는 외도(外道) 내도(內道) 할 것 없이,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마치 뭇 강물이 끝내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본래 한 바탕이요, <참된 하나>에 의해서 운용된다는 사실을 밝히는 게 불법의 요체요, 이것이 바로 일승법을 말하는 근거인 겁니다. 그러기에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여래가 법을 설했다고 하는 자는 여래를 비방하는 자이니, 끝내 여래를 알지 못하리라」고 했으며, 또한 고인은 이르기를, 「여래가 한 법도 설하지 않은 줄을 알면 이 사람을 일러서, 다문제일(多聞第一) 이라 한다」고 했던 것이니, 하물며 그밖에 남들이 한 말을 기억해 짊어지고 다닌다면서 지견(知見) 놀이를 일삼는다면 어느 세월에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요? 거듭 말하거니와, 말이나 문자로 표현된 것은 그 모두가 세속법이니, 성인들이 어쩔 수 없어서, 마치 단풍잎을 쥐고 우는 아기 달래 듯 한 것이 교문(敎門)임을 알아서, 행여 말이나 문자 속에서 묘한 지견을 구하는 것으로써 성지(聖旨)를 어둡히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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