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604 |
| Re: 아직도 생생한 나 |
>법정님 삼가 질문 올립니다. > >TV를 보다, 갑자기 화면에 나오는 인물과 실제 인물의 공능이 다를게 전혀 없 > >다는 인식이 들면서, > > >'나'라는 환상, 가족이라는 환상, 친구라는 환상, 좋은 집이라는 환상, 축구라 > >는 환상, 스승이라는 환상, 예수나 부처라는 환상, 깨달음이라는 환상 > >이 세상 모든 제도, 도덕, 놀이가 환상이어서 > >일생동안 켜켜이 쌓아 놓은 환상 딱지가 두껍고 두껍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 >법정님 그렇지만 '나' 라는 환상은 왜 이리도 생생 한 것인지요 ? > >내내 안강하십시오. > > > > > 부처님 설법의 요지는, 「실제(實際)란 없는 것이니, 모름지기 집착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사유(思惟)는 철저히 이분법적으로 틀 지워져 있거든요. 무슨 말을 들어도 금방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결정해 (決定解)를 지어서 마음에 말뚝을 박아버리는 습성이 아주 굳어져 버린 겁니다. 이와 같은 거의 숙명적인 범부의 업식(業識) 때문에 치우친 지견(知見)들만 잔뜩 쌓이고, 무애자재(無碍自在)한 지혜가 자랄 수 없는 겁니다. 때문에 성인의 말씀 가운데는 이 범부의 <치우친 견해>를 제하기 위해서 「無」「不」「非」 등에서 부터 「夢」「幻」「影」 등의 말씀이 많이 나오는 겁니다. 요컨대, 이와 같은 말들을 거듭해 하는 이유는 범부로 하여금 <치우친 견해>를 집착하여 이에 머묾 으로써 그 본연의 <신령한 성품>(靈性)을 어둡히지 말라는 건데, 성인들이 어쩔 수 없어서 하는 방편의 말씀을 잘못 알아듣고는, 기왕의 견해를 버리는 대신 금방 「無」「幻」과 같은 견해를 대신 받아들여서 새로운 지견을 삼아, 이에 다시 집착하니 참으로 구처가 없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수행자라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있다」만 보내는 게 아니라, 「없다」 까지 마저 보냄으로써 자기 본연의 영성(靈性)을 결코 어둡히는 일이 없는 겁니다. 성인의 설법은 결코 세간의 강의나 강연 듣듯 해서 지견을 쌓는 게 아님을 거듭 명심해야 합니다. 요는 「어떻게 알아들어도 잘못 알아들었다」고 하는 말의 뜻을 잘 새겨서, 결코 밖에서 들어오는 것은 <보배>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모름지기 구하는 마음 없이 공부를 지어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