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무심하게 지내왔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 시끄럽고 마땅찮은

상황에 처하면 이것을 그 동안 들었던 그럴싸한 지견으로 쓸어 덮거나 혹은 합리화

하고 정당화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게 아니에요? 그것은

지혜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설익은 지견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겁니다.

　만약 참으로 지혜가 열렸다면, 그리하여 그 안목이 청정함을 얻었다면, 이미

당신은 면전에 펼쳐지는 온갖 객관경계에 더 이상 끄달리거나, 그로 말미암아

핍박받는 일은 영영 없을 겁니다. 그것이 좋거나 나쁘거나 간에 모두가 <나>의

분별일 뿐이요, 망견(妄見)일 뿐임을 철저히 깨달아 사무쳐서, ― 면전엔 진실로

티끌 만한 한 법도 없음을 잊어선 안 됩니다 ― 도무지 <봄이 있음>(有觀)과

<깨달음 있음>(有覺)이 몽땅 끊어지면 그 때에야 본래의 청정한 <걸림 없는

지혜>(無碍智)가 드러나는 겁니다.

　이 보고 들음에 즉하여 보고 들음이 아니니, 행여 견문각지(見聞覺知)가 실제인

줄 알아서 지각(知覺)을 좇으면서 밖으로 내닫는다면 아직 속기(俗氣)도 빠지지

않은 꼴이니, 더욱 정진해야 합니다. 경에 이르되, 「만약 모든 모습이 모습이 아닌

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고 했으니, 더 이상 빛깔과 소리에 끄달려서 <보고

들음의 바람>(見聞風)에 나부끼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