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2092 |
| Re: 길을 일러주십시오. |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법정님 건강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문득 법정님 세수를 헤아려 보며 법정님 살아 생전에 제가 진정 깨달을 수 있을까 하는 조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저를 포함한 뭇 중생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 >법정님의 인용 말씀중에 "그물을 벗어난 잉어는 여전히 물속에 머물러 있고 길머리를 돌린 돌말이라야 비로소 비단그물을 벗어나리라" 라는 구절에서 막혀 있습니다. 이것은 머리로 이해해서는 절대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경책하기 위한 화두인가요? > >"면전에는 하나도 실다운 것이 없어 실로 깨달을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단지 꿈과 같을 뿐 집착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그 지견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제 눈을 번쩍 뜨게 해주십시오. > > > 이 몸과 입과 뜻(身口意 3業)을 굴리면서 삶을 꾸려나가는 <나>라는 주재자 (主宰者)가 실제로 있다고 여기고, 이 <나>를 고여 받들면서 보다 나은, 보다 안정된, 보다 쾌락한 삶을 위해 이 몸과 마음과 뜻을 수고롭게 하면서 그 보람으로 좋은 과보(果報)를 추구하는 것이 범부살이의 기본입니다. 이런 것을 일러서 <업을 짓는다>(作業)고 하는 거예요. 이와 같이 <함이 있는>(有爲) 공력(功力)을 들여서 유위의 공덕(功德)을 추구하는 행위는 허망해서 결국 무상(無常)한 결과를 이룰 뿐이요, 이것은 실다운 법이 아닌 겁니다. 다시 말해서, 인연 따라 생멸하는 것은 <덧 없음>(無常)이요, 인연으로 말미암아 생멸하지 않는 것 ― 만유의 근본인 '성품자리'가 바로 그렇습니다 ― 이야말로 실(實)다운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요컨대, 성인은 범부들이 이 <무상한 법>(無常法) 가운데서 안정되고 항상한 법을 추구하는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서, <지각작용(知覺作用)의 성품>을 돌이키라고 했던 것이며, 이것이 바로 견성성불(見性成佛)을 말하는 연고입니다. 결국 애써 갈고 닦아서 <얻은 바>(所得)가 있고, <깨달은 바>(所覺)가 있는 것, 즉 인연 따라 생멸이 있는 것은 허망한 법이요, 얻은 것은 잃고, 있는 것은 없어지고, 이룬 것은 허물어져서, 끝내 무상(無常)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따라서 <깨달은 바>가 있고 <얻은 바>가 있는 것은 참된 깨달음이 아니라고 하는 겁니다. 고불(古佛)의 법은 끝내 생멸이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무시이래로 여여부동 (如如不動)한 영성(靈性)을 회복하여 ― 이것은 각자에게 이미 구족하게 갖추어져 있는 것이므로 새로이 갈고 닦아서 얻고 이루고 하는 게 아닙니다 ― 성품에 맡겨 자재하게 소요(逍遙)하는 것이 본분납자(本分衲子)의 행리(行履)이니, 헛되이 유위행을 일으켜서 유위의 공덕을 바라는 것으로써 수행의 덕목을 삼음은 <조사의 뜻>(祖師意)을 멀리 어기는 것이니, 어찌 삼갈 일이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