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7246 |
| [Re]: 삼가 여쭙니다 |
>삼가 질문 올립니다. > >한 생각이 연기하여 일어났으니 그 실체가 없음을 되돌려 살피다가 >이 모든 게 '나'라는 것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됨을 깊이 느끼고, >애착을 버리려 애를 썼지만 뚝 끊어지지 않아 고통이 심하던 중, >저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스스로 인정하자, 일어나는 모든 생각이 고통이 아니라 >그것을 어찌해 보려는 것이 고통을 일으켰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잃은 듯하고 기운이 빠진 듯 아주 무기력 하지는 않은데 조금 멍하다고 해야될까요... >아무 것도 모르기에 이 상태에서 어찌 해야 합니까? >오늘 생긴 일 입니다. 특별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그냥 그간 스스로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을 >조금 보았다는 것 정도인데 바르게 가고 있는 건지요? >혹 힘이 빠지는 게 무기는 아닐런지요? 살펴주십시오. > > 일념연기(一念緣起)가 무생(無生)임을 알고, 모든 경계(境界)가 자체성(自體性)이 없어서 공적(空寂)함을 밝혔으니, 요컨대, 마음이 경계를 분별함이 아니요, 경계 또한 존재하지 않음이 바로 실상(實相)입니다. 안팎이 텅 트여서 도무지 아무 일도 없거늘, 형상(形相)에 미혹한 범부들이 늘 면전에서 생멸상(生滅相) 거래상(去來相)을 보아서 헛되이 분별을 일으켜 집착하는 것이 바로 무명(無明)입니다. 연생(緣生)하는 모든 법은 봐도 봤달 게 없고, 무위(無爲)는 원래 보이는 게 아니니, 따라서 범부가 망령되이 <견문(見聞)의 생각>을 지어서 이에 집착하면 구처(求處)가 없습니다. 따라서 <마음 공부>를 하는 이가 수행(修行)의 주체(主體)가 <나>인 줄 알 고, 보고 듣고 하는 가운데 망령되이 지견(知見)을 수집하여 이에 머문다면 이는 올바른 수행자도 아니요, 물론 구도자도 아닙니다. 진실로 <마음 뿐>(唯心)이요, 마음밖엔 한 법도 없음을 철저히 밝히면, 당장에 모든 감관(感官)과 및 대경(對境)에서 해탈하리니, ··· 그저 '참'이면 '참인 채로'로 보고, '허 망'이면 '허망인 채로' 보아서, 전혀 조작하는 일이 없으면, 마치 저 밝은 거울이 종일토 록 온갖 것을 비추어 다하되 자취가 없듯이, 그 마음은 항상 청정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원기인(圓機人)은 다만 생각에 즉(卽)하여 생각이 없을 따름이니, 한 순간이나마 조작 없는 마음에 맡길 수만 있으면, 이것이 바로 현재불(現在佛)의 행리(行履)이니, 달리 딴 도리가 있는 게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