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마음'으로 말미암지 않고, '마음'과는 관계없이 혼자서 세워지는 법은

없습니다. 마음이 <그렇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고, <그렇지 않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나아가서 <있고 없음> 까지도 모두가 사람이 <있다>고 했기 때

문에 있고, <없다>고 했기 때문에 없는 겁니다. 일체 만법은 인연생기(因緣生起)

이므로 자체로는 성품이 없는 것인데, 즉 면전엔 아무 일도 없는데, 다만 형상(形

相)에 헷갈린 범정(凡情)이 헛되이 면전에서 생멸상(生滅相) 거래상(去來相)을 보

아서, 이를 반연(攀緣)하고 분별하기 때문에, 이 세상이 마치 실제(實際)인양 현전

(現前)하여, 실상(實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다만 의식(意識)으로 빚어진 것일 뿐이다>(萬法唯識)라고 한 것은, 곧,

<실제(實際)는 없는 것이므로, 모름지기 집착하지 말라>는 말로 요약됨을 알아야

합니다. 달리 딴 도리가 있는 게 아니니, 문득 회심(廻心)하여, 보고 듣는 가운데

마음이 생각 생각에 앎이 없고, 생각 생각에 머묾이 없으면, 이것이 잠잠히 구경

(究竟)에 상응하는 것이니, 더욱 정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