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4156 |
| [Re]: 삼가 여쭙니다 |
>늘 법정님께서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라오며 궁금한 점 여쭙니다. 일체가 성품이 비어있는데.. 오직 마음뿐이라고 하심은.. 그 마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가리키시는 달을 보지 못하고 늘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일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생(緣生)하는 모든 법은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자체성(自體性)이 없는 것인데, 사람들이 연기설(緣起說)의 '비밀한 뜻'(密意)을 알지 못하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사물을 저 바깥에 있는 실유(實有)로 오인하여, 이것을 반연(攀緣)하고 분별하는 바람에 이 세간상 (世間相)이 마치 실제인 양 면전에 펼쳐지면서 무시이래(無始以來)로 진로환망(塵勞幻網)에 갇힌 바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만법이 유식>(萬法唯識)이란, 곧 『현전(現前)하는 모든 법은 실체가 없는 건데, 곧, 그런 것은 실제(實際)로는 존재하지 않는 건데, ― 형상(形相)에 미혹한 범부들이 이를 실유(實有)로 오인하여 망령되이 집착하는 것이므로, ― 놀랍게도 이 세상은 실제(實際)가 없는 것이니, 모름지기 집착하지 말라』는 뜻인 겁니다. 그러므로 지금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실은 저 밖에 있는 사물을 보고 있는 게 아니고, 사실은 자기 자신이 투영(投影)한 <업의 그림자>(業影)를 보고 있는 겁니다. 결국 자신의 마음이 변해서 나타난 그림자를 저 밖에 있는 실유로 오인하고 있는 셈이니, 그래서 이것을 <뒤바뀐 악업>(顚倒惡業)이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인이 이르기를, 「어리석은 중생이 제 마음을 물건이라고 하네」 하고 탄식했던 게 아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