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곧은낚시 | 조회 : 4427 |
| [Re]: 정진에 대하여 |
> 장마가 심했습니다. 그간 안녕하신지요? 일반적으로 사찰에서 말하는 정진은, 절을 많이하거나, 다라니를 많이 염송하거나, 가만히 앉아서 좌선을 하거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정님께서 말씀하시는 정진은 다른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과연, 진정한 정진이란 무엇인지요? 감사드립니다. 모름지기 수행이란, 평소 삶을 통해서 보고 듣고 하는 일상의 체험을 잘 깨달아 살펴서 그 가운데서 <항상 하여 변함 없는 진리>(常恒不變의 眞理)를 발견하는 것 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그 마음이 아주 고요하고 맑고 깨끗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에 그 마음이 개인적인 소구 소망에 가득 차 있거나, 어떤 특수한 이상(理想)을 추구하거나 ― 해탈이나 열반 성불 등을 추구하는 등으로 ― 하면서, 늘 어느 한 쪽 으로 쏠려있다면 그런 마음은 결코 <있는 그대로>의 진리를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리(眞理)란, <지금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바꾸어서 <다른 것>으로 된 다음에 나타 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변하기 전과 후가 두 갈래로 갈려서, 결코 진리라고 할 수가 없겠지요? 요약컨대, 수행자는 현전(現前)하는 모든 법이 다 연생(緣生)이요, 연생이기 때문에 무생(無生)이며, 무생이므로 무상(無相) 무성(無性)이요, 무성이므로 일성(一性)이고, 일성이므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철저히 사무쳐서, 만법을 그저 무심히 적조(寂照)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모든 것을 다 쉬어서 구경(究竟)할 수 있는 겁니다. 항용 「어떻게 닦아야 합니까?」 하고 질문하는 것을 보는데, 그것은 실상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불법은 닦을 것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다」고 말하는 무리나, 「불법은 열심히 갈고 닦아서 <'부처' 지혜의 경지>를 얻어야 한다」고 집착하는 무리나 다 구경(究竟)하긴 그른 겁니다. ··· 마음이 그대로 '부처'이니, 결코 그 마음을 수고롭게 해서 마음 밖으로 내닫는 일 만은 당장 그만 둬야 합니다. 원기인(圓機人)은 다만 생각에 즉하여 생각이 없을 따름이니, 결코 잘못 알지 말아야 합니다. |